AI 버블 너머: 실험실을 벗어나 현실 세계로 들어온 AI의 현주소
AI, 이제 '어떻게'를 물을 시간
2025년,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기술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구글은 TV와 지도에 AI를 심고, 스타트업들은 연일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를 유치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헤드라인 이면에서는 조용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감탄의 단계를 지나, '어떻게 우리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최신 뉴스를 바탕으로 실험실을 벗어나 엔터프라이즈의 복잡한 현실과 마주한 AI의 현재를 심층 분석하고, 미래의 승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 트렌드를 짚어보겠습니다.

AI, 현실의 벽을 넘는 세 가지 열쇠
(1) 엔터프라이즈 AI, '컨텍스트' 없이는 무용지물
최근 AI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컨텍스트(Context)'입니다. Celosphere 2025에서 지적되었듯, "기업의 단 11%만이 AI 프로젝트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AI가 비즈니스의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컨텍스트의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 Chronosphere는 '시간적 지식 그래프(Temporal Knowledge Graph)'를 통해 시스템의 변경 이력과 서비스 의존성을 AI에 학습시켜, 단순한 이상 감지를 넘어 문제의 '원인'을 설명합니다. 이는 AI가 코드 배포, 기능 플래그 변경과 같은 시간적 맥락을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문제 해결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monday.com의 사례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Qodo의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도입한 후, 월 800개 이상의 잠재적 이슈를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Qodo는 단순히 코드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코드 리뷰, 팀의 코딩 스타일, 내부 라이브러리 규약까지 학습하여 '우리 팀의 맥락에 맞는' 제안을 합니다.
- Celonis가 제시한 '프로세스 인텔리전스 그래프'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연결해 실제 업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살아있는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AI를 적용해야 진정한 'AI 투자 수익률(ROAI)'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범용 AI 모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조직만의 데이터, 프로세스, 문화를 이해하는 '컨텍스트'를 AI에 주입하는 기술이 엔터프라이즈 AI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되고 있습니다.
(2) 인프라 전쟁의 새로운 전선: '소유권'과 '개방성'
기업들이 OpenAI와 같은 거대 AI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면서, AI 인프라 시장에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핵심 키워드는 바로 '모델 소유권(Model Ownership)'과 '개방성(Openness)'입니다.
Baseten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최근 출시한 AI 학습 플랫폼은 기업이 오픈소스 모델을 직접 파인튜닝하고, 그 결과물인 '모델 가중치(weights)'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는 "학습은 우리 플랫폼에서 했어도, 그 모델을 다른 곳에서 사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식의 폐쇄적인 정책으로 고객을 묶어두려는 일부 경쟁사들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전략입니다. Baseten의 CTO 아미르 하이햇은 "결국 진짜 가치는 추론(inference) 단계에서 나오며, 뛰어난 추론 성능이 고객을 머물게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메타(Meta) 의 행보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최근 발표한 'Omnilingual ASR'은 무려 1,6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는 음성 인식 모델로, 이전 Llama 라이선스와 달리 기업이 상업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공개되었습니다. 이는 기술 리더십을 과시하는 동시에, 개발자 커뮤니티와 기업 생태계에 '소유'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AI를 단순 '임대'하는 것을 넘어, 핵심 자산으로 '소유'하고 싶어 합니다.
(3) AI 에이전트의 진화: '기억'하고 '발견'하는 기계
AI가 단순히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진화의 핵심은 '기억'과 '발견' 능력입니다.
최신 연구들은 LLM 에이전트가 더 나은 기억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 벡터 메모리: 빠르고 간단하지만, 시간적, 구조적 맥락을 잃기 쉽습니다.
- 그래프 메모리: 개체 간의 관계와 시간의 흐름을 명확히 표현해, 복잡한 추론에 강점을 보입니다.
- 이벤트 로그: 에이전트가 수행한 모든 행동을 기록하여, 실패 시 원인을 분석하고 복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진보된 에이전트 기술이 현실화된 사례가 바로 '코스모스(Kosmos)'입니다. 'AI 과학자'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자연어 목표가 주어지면, 데이터 분석, 논문 검색, 가설 생성을 수백 번 반복하며 최대 12시간 동안 연구를 수행합니다. 핵심은 모든 발견과 실험 결과를 구조화된 '월드 모델'에 기록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인데, 이는 정교한 '그래프 메모리'와 '이벤트 로그'를 결합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는 이미 신소재 과학, 신경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인간 연구자들이 놓쳤던 새로운 발견을 해내며 AI 에이전트의 엄청난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조수를 넘어, 독립적인 발견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입니다.

'어떻게'를 해결하는 자가 AI 시대를 지배한다
AI를 둘러싼 거품 논쟁은 여전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AI의 가치 자체를 의심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경쟁의 무대는 AI를 '어떻게' 비즈니스의 피와 살로 만들 것인가로 옮겨왔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본 세 가지 트렌드—①비즈니스 맥락(Context)을 이해하는 AI, ②모델 소유권(Ownership)을 보장하는 개방형 인프라, ③스스로 기억하고 발견하는 진화된 AI 에이전트—는 이 새로운 경쟁의 핵심 규칙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AI 시장의 승자는 가장 화려한 데모를 선보이는 기업이 아니라, 가장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풀어내는 '어떻게'에 대한 답을 가진 기업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조직은 여전히 AI의 '무엇'에 열광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AI를 위한 '어떻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까? 그 대답에 여러분의 미래가 달려있을지 모릅니다.
